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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싼다

수학자들에게는 수식이 곧 예술입니다.


원문: Equations are Art inside a Mathematician's Brain


  수학자들이 수식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건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수식을 볼 때 그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사람들이 멋진 그림이나 훌륭한 음악을 들을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가 신경과학자들에게 신경학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도움을 줄 지도 모르겠다.


  런던 대학의 시미르 제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6명의 수학자들에게 60개의 수식을 보여주고 아름다운 순서대로 순위를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2주 후 수학자들에게 같은 일을 시키며 기능자기공명(fMRI) 촬영을 했다. 실험 결과 아름다운 수식일수록 내측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의 A1 필드가 더 활성화 되는 것이 확인됐다. 안와전두피질은 감정과 연관이 있는 뇌 영역으로, 이미 다른 연구에서도 시각/음악적 아름다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가 있다. 제키 연구팀은 이 영역이 수학적 아름다움에도 반응하는지 궁금했다. 수학적 아름다움은 시각적/음악적 아름다움보다 지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본 연구를 통해 직업이나 학문 특성이 심미적 감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음악, 미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베토벤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고 감동하겠지만, 수학 공식에 감동을 받는 건 그 공식을 이해하는 사람들만일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수학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같은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확실히 수학자들에 비해 감정 반응이 덜한 것을 확인했다. 모든 수식에 대해서 아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실험자들은 몇몇 수식에 대해서는 '의미는 몰라도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수식의 대칭성이나 모양에 의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실 수학자들은 이 실험결과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메사추세츠 주 윌리암스 대학의 수학자 콜린 애덤스는 아름다운 수식을 유도하거나 복잡한 증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교묘하게 맞물리는 과정을 볼 때면, 아주 멋진 예술품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뉴욕 코넬 대학의 수학자 다이아나 타이미나 역시 수식이 멋진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을 때면 그 수식에서 노래가 들린다고 한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만드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아름다움 그 자체를 정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라도 단정지을 수도 없다. 슬픈 노래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제키 교수는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인 피에타를 예로 들며, 전혀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아름다움이 정말 fMRI 촬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메사추세츠 주 웰즐리 대학의 신경과학자 베빌 콘웨이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려는 것은 현대의 신경과학에서는 심심풀이 같은 거라며, fMRI로 이런 연구를 하는건 철학의 방대한 역사에서 아름다움의 개념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콘웨이에 의하면, 이 연구가 굉장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뇌의 반응을 구성하는 보상상호작용, 의사결정, 감정적 반응이 이 연구를 구체화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지각하는 데에 관여하는 기제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관장하는 시스템의 존재를 밝힌 것은 분명 중요한 연구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게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에 통찰을 주진 않아요." 제키 연구팀도 이 연구를 통해 아름다움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해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말한다. "이제 궁금한 점은 어떤 신경기전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느냐는 것입니다. 수식이 '아름답다'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가 이 연구의 핵심인거죠."


  연구 결과에서 수식의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수학자들이 매긴 '아름다운 수식' 순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e=0라는 오일러 등식이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멋진 수식이었다. 애덤스는 이 수식이 아름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학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독립적으로 정의됐으며, 서로 다른 의미로 중요한 상수인 eπ, i가 단 7개의 기호로 한 등식을 만든다는 사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습니다."


  그럼 실험에 참가한 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못생겼다'고 말한 수식은 뭘까? 답은 아래에 있다. 인도 수학자 라마누잔이 1/π를 무한급수 형태로 정의한 수식이다. 





애덤스는 이 수식에서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수식은 π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주지 못합니다. 26390이나 9801 같은 숫자는 분명 다른 숫자로 대체 가능할겁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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