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what-if.xkcd.com/26
윤초* (네이버 용어사전)
지구 자전은 느려지고 있으므로 윤초를 때때로 적용해야 합니다. 지구 자전을 빠르게 하여 윤초가 필요하지 않게 할 수는 없나요?
- 안톤 (독일, 베를린)
* 표준시와 실제 시간 사이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표준시에 더하는 시간. 1972년부터 매년 6월 31일과 12월 1일에 적용하고 있다. 윤년과는 다른 개념임.
지구 자전은 느려지고 있습니다. 짜증나는 일입니다. 짜증나는 이유 중 하나는 표준시간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미 다음과 같이 많은 표준시간이 있습니다.
TAI: 원자시계를 이용한 표준시간. 지구 움직임은 무시함.
UT0, UT1: 지구 자전의 정밀한 측정값을 이용한 표준시간.
GPS: GPS 위성이 사용하는 표준시간.
UTC: TAI와 비슷하지만 윤초를 적용한 표준시간.
TDT, TBT, TCB, TCG: 더 안 좋음.
이렇게 다양한 표준시간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특히 프로그래머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의 GPS 시계는 폰 자체의 시스템 시계와 16초 정도 차이가 납니다. 폰 시스템 시계는 윤초를 적용한 세계협정시(Coordinate Universal Time)를 사용하지만 GPS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 둘은 1980년 1월에 딱 한번 맞았지만, 앞으로 영영 맞을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5억년 전 - 즉, 지구의 나이가 40억년일 때 - 하루의 길이는 24시간이 아닌 22시간이었습니다. 달에 의한 조석력 때문에 하루가 점점 길어진 거죠. 조석력에 의해 하루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략 다음처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달이 만드는 조수는 달을 향해 불룩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지구 자전에 의해 정확히 달을 향하지는 않게 되죠. 달의 중력이 조수를 잡아당기고 지구에 뒤틀리는 힘이 작용하여 지구 자전이 느려집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지구 자전은 조석력의 영향보다는 조금 덜 천천히 느려집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빙하기 때 빙하의 무게에 의해 대륙들이 아래로 눌렸었는데, 눌린 대륙들이 아직 원래 위치로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결과 지구 질량이 양 극을 향해, 다시 말해 자전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거죠. 결과적으로 자전은 점점 빨라지거나, 적어도 그렇게 심하게 느려지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걸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하루는 윤초가 필요하지 않은 하루의 길이인 86,400초보다 0.8밀리초 깁니다. 이 시간 차이는 날씨 외에도 여러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들쭉날쭉합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약간 짧아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점점 길어집니다.
윤초를 없애려면 지구 자전 속도를 유지시켜야 합니다. 즉, 지구 자전 시간을 하루에 0.8밀리초만큼 당겨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아래 시도들은 효과가 없습니다.
의자에 앉아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일시적으로 자전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적도에서 로켓 엔진 분사하기: 역시 효과가 없습니다. 배기가스가 대기 중으로 들어가면 바람에 의해 그 힘이 다시 땅으로 전달됩니다. 핸들을 민다고 자전거가 앞으로 가진 않는 것처럼 말이죠. 엔진을 어떻게든 대기 중에 고정한다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구 자전을 빠르게 하기엔 부족합니다.
큰 지진 일으키기: 하루의 길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큰 효과는 없습니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소행성을 지구에 충돌시키는 겁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우주선을 반복적으로 혜성에 근접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반복된 근접비행은 혜성의 경로를 바꿀 것이고 지구를 향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각도로 혜성과 지구가 충돌하면 지구의 자전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혜성이 대기 중에서 타 없어지더라도 운동량은 바람에 의해 몇 시간 동안 지표면에 전달됩니다. 핵과 지각이 싱크(sync)를 맞추는 데 약 10년이 걸리므로, 자전속도가 너무 빨라지는 일을 피하려면 계획을 정밀히 짜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방법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자전속도를 원하는 만큼 올리려면 초당 10억 리터의 바위로 지구를 때려야 합니다. 이는 아마존 강 방수량의 몇 배 수준이며, 공룡을 멸종시켰던 6마일짜리 소행성이 며칠에 한번 꼴로 지구와 충돌하는 격입니다. 인간, 아니 모든 생명은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그럼 작은 소행성을 계속해서 때리면 어떨까요? 어린 왕자가 살았던 소행성 B-612가 직경 4미터의 바위라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초 B-612를 5만개씩 지구와 충돌시키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대기에 전해지는 에너지는 큰 소행성의 경우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총 사망자수는 같습니다. 70억 인구, 그리고 매일 어린 왕자 40억명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윤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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