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귄터 치글러 지음, 여상훈 옮김, 들녘 (교보문고 링크)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머러스하다. 저자가 독일 수학자라는데 독일인이 모두 유머감각이 헬은 아닌가보다. 여튼 재밌었다. 장난스럽게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뛰어넘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 꽤 어려운 내용까지 언급한다. 그리고 굉장히 넓은 범위의 수학분야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능력자임을 알 수 있는 부분. 참고자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쓴 듯 하다. (또는 머리 속에 다 있었거나.)
그래도 그 중에선 나름 진지한 챕터가 있다. 사실 후반부는 그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 어쨌든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풀어쓰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보통의 수학 교양 도서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수학자 및 수학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지도교수, 보급형 라마누잔, 수학 노벨상이 없는 원흉, 마법사, 정치인 등등...) 특이했고 신선했던 부분. 사실 그것보다 더 신선했던 건 파격적인 본문 디자인이었지만.
번역은 좀 아쉽다. 읽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깔끔하진 못했다. 무리한 직역으로 한글 표현이 어색한 곳이 군데군데 보였고, 수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수학 내용을 잘못 번역한 곳 또한 몇 군데 보였다. 역자후기에서도 역자 본인이 수학에 문외한임을 밝히고 있다.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쓴 부분이나 ("분명한 답이 있는 스도쿠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 숫자는 몇 개일까"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유일한 답이 있는 스도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 숫자는 몇 개일까" 정도로 표현해야 정확하다.) 아예 잘못된 내용이 나오거나 ("오일러는 소수의 역수를 더하면 그 합이 π2/6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어..."는 완전히 잘못된 내용이다. 소수의 역수의 급수는 발산한다. 합이 π2/6이 되는 것은 자연수의 제곱의 역수의 급수, a.k.a. 바젤 문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왠지 원문이 잘못 씌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용어를 제대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폴 에어디쉬가 만들었다는 '우연 그래프 이론'이 언급되는데, 검색해도 나오질 않기에 다른 조합으로 검색해보니 아마 '무작위 그래프 이론(random graph theory)'를 말하는 것 같다.) 있다. 수학자에게 검수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
그래도 재밌었음. 값도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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